투자 이야기/주식투자 이야기

투자자와 운전자가 가져야 할 리스크 관리

개똥 철학자 2023. 10. 26.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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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를 잡으면 성격이 바뀌는 사람이 있다.

 

평소에는 얌전하고 남들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보였지만 운전대를 잡으면 180도 달라지는 것이다.

 

자신이 달리는 차선으로 끼어드는 차를 보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자신을 양보해주지 않는 상대를 보면 또다시 분노를 느낀다.

 

하지만 운전대를 놓으면 그들은 곧잘 다른 사람에게 양보를 하고는 한다.

 

투자 시장에서도 이런 일이 곧잘 일어난다.

 

평소에는 얌전하고 꼼꼼한 사람이 투자 시장에 들어와서는 야수로 돌변해 공격적이고 투기적인 베팅을 한다.

 

투자를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하지만 사람의 타고난 기질도 운전대만 잡으면, 혹은 투자 시장에만 들어서면 달라지는 사람도 있다.

 

자산의 기질에 맞는 투자를 해야 하지만, 운전도 투자도 자기 과신에 빠져 난폭하게 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자신의 성격과 다른 투자 성향을 갖게 된다는 것은 환경과 노력 여하에 따라 투자 성향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떻게 하면 올바른 투자 성향을 가질 수 있을까?

 

고속도로 분기점에서 항상 마지막에 끼어 들어오는 차량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미리 분기점으로 나가는 차선을 달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차선에서 달리다가 마지막에 끼어들어온다.

 

마지막에 들어오니 그만큼 위험한 상황도 많이 발생하고 사고도 더러 난다.

 

물론 초행길이라 몰라서 그런 사람도 더러 있다. 하지만 대부분 오히려 해당 길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운전을 한다.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그들의 속성 중 하나는 바로 자기 과신에 빠져 있는 것이다.

 

1981년 스베스리라는 학자는 다음과 같은 연구를 진행했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운전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묻는 질문이었다.

 

90% 이상의 사람들이 자신의 운전실력을 평균보다 높게 평가했고, 그중 80% 이상은 자신의 운전실력이 상위 30% 이내에 든다고 생각했다.

 

전형적인 자기 과신의 예이다.

 

운전자들은 자신의 운전실력을 과신하고, 다른 운전자의 실력은 과소평가한다.

 

자신의 운전실력을 믿고 고속도로 분기점을 빠져나갈 때 끝에서 합류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이 하는 착각은 단지 운전실력을 과신하는 것만은 아니다.

 

다시 투자시장으로 돌아가서 보면 개인 혹은 기관에 속한 투자자들 중에서도 같은 질문을 한다면 대다수가 자신의 투자 실력을 과대 평가할 것이다.

 

 

이런 편향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운전과 투자는 여러 공통점이 있다. 그중 하나는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운전은 죽음이고, 투자는 파산이다.

 

다음 기회가 없다는 것만큼 큰 리스크는 없다. 아무리 리턴 값이 크더라도 시도조차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해야 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될 것을 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운전과 투자 모두 방어가 필요하다.

 

자기 과신에 빠지면 방어기제가 사라져 리스크 관리에 취약하다.

 

고속도로 분기점 마지막 지점에서 끼어드는 차량 운전자는 자신의 운전실력을 과신한다.

 

하지만 그가 놓치고 있는 것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대처다.

 

스토아 학파는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중시한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만 집중하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은 통제하려고 들면 안 된다.

 

자신의 운전실력이 좋다 하더라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방어운전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결국 방어운전을 해도 다른 사람의 실수로 사고가 난다고.

 

이것 또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다. 도로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난다. 이런 모든 일을 가정하고 살 수는 없다.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 내에서 방어운전을 한다면 그 확률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을 뿐이다.

 

분기점으로 빠지는 차선에 미리 들어와서 운전한다면 위험 요소를 하나 지운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급하게 끼어들었을 때 그냥 양보하는 것으로 또 하나의 위험 요소를 지우는 것이다.

 

남들보다 늦게 가서 억울한가? 진짜 억울한 건 다음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투자에서는 어떨까? 마찬가지다. 투자에서도 방어적으로 임해 리스크를 축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의 3대요소는 시장 흐름, 종목 선택, 리스크 관리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추구하는 투자자가 많다. 그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속으로 들어가 자기 파괴적인 투자를 한다.

 

러시안 룰렛은 아무리 확률이 높고, 리턴값이 크더라도 해서는 안 된다. 리스크가 죽음이라면 그 어떤 리턴값도 의미가 없다.

 

운전도 투자도 오래 살아남는 사람이 결국 최후의 승자다.

 

남들보다 일찍 가려는 마음을 버리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상황 내에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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