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
바로 현재의 만족을 지연하고, 미래에 더 큰 가치로 환산할 줄 아는 자기 조절력이다.
살을 빼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눈앞에 맛있는 초콜릿을 먹지 않고 나가서 운동을 하면 미래에 더 멋진 몸이 된다는 사실을 알 고 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나가서 운동을 하는 사람보다 눈앞에 초콜릿을 먹는 사람이 더 많다.
자기통제를 기반으로 둔 만족지연은 우리의 실생활에서도 큰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 투자자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투자자는 만족지연을 실행하지 못한다.
개미와 베짱이 우화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매일 노래 부르고 놀기만 하는 베짱이와, 당장 힘들게 일해서 곡식을 차곡차곡 모아 겨울을 준비하는 개미의 이야기다.
개미는 만족지연을 실행하고 있다. 개미라고 베짱이처럼 놀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추운 겨울이 온다는 것을 알기에 자기 통제를 한다.
하지만 인간의 두뇌는 그렇지 않다. 인류는 200만년전에 처음 출현했고 3만 5천년 전까지 발달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의 우리 두뇌는 3만 5천 년 전의 인류와 다르지 않다.
총균쇠 작가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3만 5천 년 전 인류에게 비행기 조종술을 가르친다면 그들은 훌륭한 파일럿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원시시대 인류는 개미와 베짱이에 나오는 개미의 삶과는 조금 달랐다.
원시시대에 살고 있는 당신이 우연히 열매가 가득한 나무를 발견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열매를 따서 냉장고에 보관하겠는가?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배부를 만큼만 먹고 내일 다시 먹으러 오는 것도 불가능하다. 당신은 다른 동물이나 사람이 와서 나무의 열매를 모두 먹어 치우기 전에 먹을 수 있는 만큼 억지로 먹어야 한다.
맹수는 사냥을 하고 이를 저장해서 두고두고 먹지 않는다. 최대한 먹을 수 있는 만큼 먹는다. 언제 누구에게 빼앗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의 조상은 생존을 위해 당장의 만족을 최대한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사회에서는 물론 생존을 위해 눈앞에 음식을 모두 먹을 필요는 없지만 두뇌는 그렇지 않다. 아직 3만 5천년 전의 두뇌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자기통제와 만족지연을 방해하는 두뇌는 자본시장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낳는다.
당장의 이득이 미래의 이득보다 더 크게 생각한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미래 할인 가치라고 부른다.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증시의 요란한 변동성은 당신에게 두려움까지 선사한다.
두려움을 접한 뇌는 당신에게 경보를 울린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이제 실시간으로 주가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심탈레브의 저서 행운의 속지 마라 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연 15%의 수익률을 주는 상품이 있고, 이 상품의 변동성이 연 10%라고 가정해보자.
이 상품이 한 해에 수익을 거둘 확률은 93%다. 당신이 1년 뒤에 계좌를 열어서 확인한다면 93%의 확률로 수익 중인 것이다.
1분기뒤에 확인한다면 77%, 1 개원이면개원이면 67%, 하루면 54%, 1분이면 50.17%, 1초면 50.02%이다.
즉 당신이 하루에 8시간씩 매분 단위로 실적을 확인한다면 매일 241분의 기쁨을 경험하고 239분의 고통을 경험하는 것이다. 1년이면 60,688분의 기쁨을 느끼고 60,271분의 고통을 느낀다.
하지만 당신이 한 달에 한번 실적을 확인한다면 1년에 4회만 고통을 느끼고 8회의 기쁨을 느낀다.
1년에 한 번씩이라면 어떨까? 20년간 투자한다면 1번의 고통을 19번의 기쁨을 느낀다.
시간 단위가 짧으면 실적이 아니라 변동성을 보게 된다.]
누구나 자신을 장기투자자라고 생각하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매일 매시간 매분 매초마다 자신이 투자한 종목의 주가를 확인한다.
자기 통제와 만족지연을 정말로 실행하고 싶다면 당신은 주가를 그만 쳐다봐야 한다.
고도의 도파민을 발생시키는 제품은 만족을 지연시키는데 이를 “지연 가치 폄하”라고 부른다.
우리 손에 있는 증권 관련 앱이 모두 이에 속한다.
주가를 자주 확인하는 것도 일종의 중독이다.
우리가 어떤 것에 중독되었다면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해결책이 있다.
첫 번째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이다.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으로부터 배와 선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묶고 귀를 막았다.
다이어트가 하고 싶다면 집에 유혹이 될 만한 음식을 아예 사두지 않아야 한다.
강제적으로 당신의 손안에 있는 스마트폰에서 증권관련 앱을 삭제하면 된다.
두 번째는 순차적으로 시간에 제한을 두는 방법이다.
만약 당신이 만족지연을 실행해 성공적인 장기투자자로 거듭나고 싶은데, 주가를 확인하는 것을 참지 못하겠다면 주가의 변동성 기준을 당일로 보지 말고 월 단위, 혹은 분기 단위로 확인하는 것이 조금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주의를 돌려야 한다.
김주환 교수는 자신의 저서 내면통제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세상의 나의 관심이다. 내가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은 나의 세상이 될 수 없다. 나의 세상은 모두 나와 세상의 소통이다. ]
당신이 주가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주가는 더 이상 당신의 세상이 될 수 없다. 물론 바로 끊기는 어렵다. 인간은 본래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한 뇌를 가지고 있다. 당신이 주의를 두는 것이 곧 의식이고 주의를 두지 않는 것은 무의식이 된다.
정말 주식 때문에 쓸데없는 고통을 받고 있고 탈출하고 싶다면 다른 관심거리를 만드는 게 좋다.
뭐든 좋다. 주식에 중독된 사람한테 차라리 게임을 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좋은 것은 운동과 책이 될 것이고 그 외에 어떤 것도 좋다.
진정한 투자자로 거듭나고 싶다면 자신이 얼마나 자기 통제를 할 수 있고, 만족을 지연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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