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시장 가설은 현재도 경제학계와 투자업계에서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은 어떤 금융 자산의 가격과 기대 수익률은 이미 공개된 모든 정보를 반영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위험을 부담하지 않고 서는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습게도 리스크를 더 부담하는 투자자일수록 오히려 시장 수익율에 미치지 못하며, 오히려 안전마진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시장수익율을 상회하는 알파수익율을 넘어섰다.
효율적 시장 가설 이론에 따르면 광기가 붙은 버블은 오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광기와 버블이 시장을 어떻게 만드는지 잘 알고 있다.
시장은 주기적으로 광기가 찾아오고 다시 붕괴된다. 그러한 과정은 계절의 변화만큼이나 상식적이고 당연한 이치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매번 당한다. 당한다는 표현이 순화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많은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은 버블이 붕괴될 때 모든 걸 잃고 파산한다.
투자업계에서 바이블로 불리는 “안전마진”의 저자 세스클라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많은 기관투자자들과 연금 펀드들은 효율적 시장 가설을 믿기 때문에 인덱스펀드에 투자한다. 모든 투자자들이 인덱스 펀드에 투자한다면 가격 변동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세스클라만이 인덱스 펀드에 가졌던 우려는 이 외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 중에서 모든 기관 투자자와 연금펀드, 그리고 개인투자자들이 인덱스 펀드 인기에 편승해 투자했을 경우 가격변동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걱정은 다행히 현재까지 맞지 않았다.
오히려 인기있는 인덱스 펀드를 단기투자 용도로 이용하거나 파생상품(레버리지)으로 출시되어 거래량과 회전율이 더 많아졌고 가격 변동은 이전보다 커졌다.
지수투자를 장기적으로 운용할 경우 바보 같은 이유로 지수가 폭락했을 때 오히려 수량을 늘려가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더 큰 수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다수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세스클라만의 걱정이었던 부분과 반대가 효과가 난 것이다. 현재까지는 말이다.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이자 인류미래학자인 레리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이 2029년 인간 지능을 초월할 것이라 예측했으며 2045년에는 인류 전체의 지능을 초월하는 인공지능이 나올 것이라 했다.
이미 인공지능은 여러 곳에서 인간을 대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신뢰성 역시 상당히 높다. 인간의 감정이 배제된 채 가장 효울적인 답을 찾을 수 있는 존재를 찾는다면 인공지능이 답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해 투자한다면 어떨까? 이미 AI를 이용한 투자가 존재한다. ETF로 쉽게 접근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의 투자가 인간보다 더 능력이 뛰어나며, 수익율도 더 좋을까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로 다가올까 걱정된다.
현대 주류 경제학을 반박하는 행동경제학에서는 “이콘(호모이코노미쿠스)”라 불리는 가상의 존재가 등장한다.
이콘은 주류 경제학자들이 이론과 가설을 만들 때 활용하는 모형이다. 인간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에 기반을 두지만 경제학자들이 모형으로 설정한 이콘은 최적화된 모형이다. 즉 이콘은 어떠한 결정에도 편향된 성향을 지니지 않는다. 항상 최적화된 예측과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한다.
효율적 시장 가설 역시 구성원이 모두 이콘이라면 정확하게 들어맞는 가설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듯 시장 참여자들은 이콘이 아닌 인간이다.
즉 현대 경제학의 주류 이론은 구성원을 이콘으로 가정하고 만든 것이고, 행동경제학은 실수 투성이자 편향으로 가득 찬 인간을 구성원으로 만든 이론이다.
그런데 이콘을 보면서 나는 문득 인공지능이 떠올랐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공지능과 이콘이 상당히 유사해 보이지 않는가?
오심도 경기의 일부일까? 스포츠 경기를 보다 보면 오심에 화가 나기 일쑤다. VAR등 많은 첨단 장비를 동원하지만 모든 오심을 막을 수 없다. 심판을 AI로 대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은 이유다.
판사를 AI로 대체해야 한다는 여론 역시 만만치 않다.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원칙이 AI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의료부분은 어떨까? 의사의 오진을 인공지능이 원천 차단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합리적이며 최적화된 수만 두는 알파고처럼 말이다.
레리 커즈와일의 말처럼 인공지능이 임계점을 넘어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로 부상했을 때 투자시장 역시 인공지능에게 많은 부분 위임되어 있을 것이다.
효율적 시장 가설을 만든 모형의 이론과 유사한 인공지능이 투자 시장을 점령한다면 세스클라만이 우려했던 큰 가격 변동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인덱스 펀드 장기투자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대단히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인덱스 펀드의 연평균 수익율이자 시장 베타 수익율인 9~10% 수치도 현저히 낮아질 것이다.
최근 챗 GPT 등장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어느때보다 커졌다. 알파고가 등장했을 때는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체감될 정도의 수준이다.
아직 먼 이야기 일지 모르지만 장기투자, 특히 인덱스펀드 장기투자로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 계획이라면 한 번쯤 인공지능에 대해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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