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성향은 바꿀 수 있을까?
투자 성향
MBTI를 크게 신뢰하지는 않지만 제법 잘 맞다고 생각한다. 혈액형이 사람을 4가지 유형으로 나눴다면 MBTI는 16가지(더 디테일 하게 나누기도 하지만 보편적으로는 16가지다.)로 나눈다. MBTI를 주제로 이야기하자면 여러 말이 나올 수 있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면,투자 성향도 MBTI처럼 분류가 가능하다.
투자 성향은 성격처럼 개개인마다 크게 차이가 나기도 하고 비슷하기도 하다.
단순하게 장기투자와 단기투자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장기 투자자를 자처하는 사람중에 실제로 장기투자를 하는 비율은 현저히 낮을 것이다.)
투자 성향은 부모님, 환경, 사회, 시대, 친구, 연봉, 학벌등등 개인이 경험하고 마주하는 현실에 따라 수만 가지 방향으로 정해질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정답도 없다.
자산이 100억 있는 어떤 사람은 이정도면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며, 이제는 지키는 투자를 하고싶어한다. 그는 포트폴리오를 분산해 수익률은 낮지만 안정적으로 자산이 증식되도록 운용할 것이다. 반대로 자산이 100억이지만 만족하지 못해 더 큰 수익율을 쫓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자산이 10억이고 일찍 은퇴를 했다. 그는 10억으로 평생 먹고살기 애매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안정적이지만 꾸준하게 자산 증식이 가능한 곳에 투자할 것이다.
또 다른 10억의 자산을 가진 사람은 아직 한참 부족하다며 일과 공격적인 투자를 병행하며 독하게 자산을 불려 나갈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주식투자가 도박으로 보일 것이고, 누군가는 저축을 앉아서 꾸준히 자산을 잃는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여길 것이다.
누군가는 버는 돈을 족족 소비하고, 누군가는 투자를, 또 다른 사람은 저축을 한다.
투자에는 오답도 정답도 없다. 다만 자신의 성향이 어떤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성향에 맞지 않는 투자는 독이 되기 때문이다.
투자 성향에 관련해서는 추후 이야기해 보도록 하고, 오늘의 주제는 투자 성향을 바꿀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투자 성향은 바꿀 수 있을까?
문제는 왜 투자 성향을 바꾸려 하는지, 그 계기가 중요하다.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고 할 때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단순하게 친구 철수가 투자로 돈을 벌었다고 철수를 따라 하려고 바꾸는 것이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30대 초반의 강민은 투기적 성격의 투자를 해왔다. 30대 초반이니 모아 놓은 돈은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동안 열심히 모은 돈의 2/3를 날렸다. 이제 그의 손에 남은 건 천만 원이 다였다. 이제 그는 결정을 해야 한다.자산의 2/3를 날려버린 그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다른 방식을 찾을지 결정해야 한다.
강민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우연히 몇 번 맞춰 돈을 벌었던 기억 때문이다.
카네기 멜론 대학 심리학 교수 돈 무어는 “모든 사람은 자신이 특별하고 평균보다 우월하다고 믿고 싶어 한다. 또한 자신만의 특별한 능력으로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의 증거가 있음에도 어떻게 이런 환상이 지속되는지 주목할 만하다.”라고 했다.
이런 모습은 장기투자자 보다 단기투자자에게서 많이 보이는데 매매가 잦은 만큼 매매로 돈을 벌었던 기억도 많기 때문이다. 결과물인 계좌가 엉망인데도 불구하고 몇 번의 행운이 확신편향을 가지게 만든 것이다.
어떻게 바꿀 것인가?
여기서 나뉠 것이다. 누군가는 자신만의 방식을 고수할 것이고(틀린 선택이 아니다. 꺽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 다른 누군가는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투자를 받아들인다.
후자의 경우로 예를 들어보자.
강민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인정하는 것이다.
“대다수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모르는지를 아는 것이다. 투자자는 극소수의 일만 제대로 처리해도 큰 실수를 피할 수 있다.
-워런 버핏-
투자 거장들의 격언은 언제나 뼈를 때린다. 버핏의 말처럼 강민도 자신이 투자에 대해 얼마나 모르는지 인정하는 데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상황을 돌아봐야 한다.
강민은 왜 그동안 투기적 성격의 하이리스크 투자를 했을까?
30대 초반의 나이, 부모님께 물려받을 재산이 많지 않다. 결혼도 해야 하고,아이도 낳고 싶다. 연봉은 30대 초반 평균, 직장은 불안정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큰 리턴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업종이다. 물론 자신에게 투자해서 업계에서 인정받으면 다른 길이 열릴 가능성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장에는 3천만 원이 전부였고, 직장이 있는 서울에 집 한 채 사는 것이 꿈만 같은 일이었다. 코로나 버블장에서 누군가는 주식으로, 코인으로, 부동산으로 큰돈을 버는 것을 보고만 있자니 자신만 뒤쳐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처음 투자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상승장의 기운을 받아 투자하는 족족 성공을 거뒀다. 연이은 수익은 자기 과신에 빠지게 만들었고 투자금액도 점점 커졌고, 본업보다 투자에 더 큰 에너지를 쏟았다. 그리고 계절이 바뀌듯 자연스럽게 버블장 이후 하락장이 찾아왔고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한 강민은 그대로 하락장에 휩쓸렸다.
어느새 피해자로 변한 강민은 나스닥을 욕했고. FED를 탓을 했고 파월을 원망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원망했고, 바이든을 욕했다. 인플레이션 탓이고 권도형 때문이었다.
높은 물가가 아니었다면, 금리인상이 아니었다면, 전쟁이 없었다면, 폰지사기가 아니었다면 등등 강민의 생각에 자신의 투자가 망한 요소가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강민은 인정해야 했다. 이런 일들은 시장에서 숨 쉬듯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늘 반복된다는 것을. 그리고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정말 파월 때문에, 금리인상 때문에, 전쟁 때문에 돈을 잃었을까? 이벤트가 생길 때마다 크게 떨어질 투자를 한 본인 잘못이 아닐까?
아마 본인이 하는 투자가 투기적 성격의 하이리스크 투자였는지 몰랐을 수도 있다.그래서 깨달은 지금 성향을 바꿔보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투기가 아닌 투자를, 하이리스크가 아닌 로우리스크로, 하지만 수익률은 챙기고 싶은 게 강민의 마음이었다. 그래서 미국지수 장기투자를 결심했다. 복리효과를 얻어 당장은 수익이 없더라도 10년 20년 뒤에 노후를 준비하는 투자 말이다.
가끔 운이 좋은 투자자는 단기 투자나, 투기적 매매에서 돈을 벌고 지수추종 장기투자자로 선회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강한 확신이 있지 않으면 돈을 잃은 투자자보다 힘든 결정이 필요하다.
그럼 강민은 한때 꿈꿨던 투자로 성공해 이른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얻겠다는 목표는 지워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복리수익을 위해 투자자금 회수는 최대한 늦어야 한다. 그말인즉 생활비나 결혼, 자가마련 등등 앞으로 생길 모든 지출은 급여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초장기 투자에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투기적 하이리스크 투자를 즐겨하던 투자자가 지수추종 초장기 투자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1.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해 트레이딩을 포기해야 한다.
2. 자신의 자본과 상황을 인지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3. 어떤일이 있어도 투자금은 회수하지 말아야 한다. (복리수익을 위해)
물론 반대의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장기투자자가 단기투자로 성향을 바꿀 수도 있고 동시에 장단기투자를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자신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투자를 해야 하며,투자 성향을 바꾸고자 할 때는 적절한 동기와 다짐, 원칙과 목표가 필요하다.
무조건 장기투자가 옳지도, 지수투자가 옳지도 않다. 꾸준하게 돈을 벌어다 주는, 자산을 증식시켜 주는 투자를 하면 된다. 물론 자신의 성향에도 맞는 그런 투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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