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너스 명목으로 받은 100만 원과 저축계좌에 있는 100만 원은 현금 가치가 동일한 금액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보너스로 받은 돈은 쉽게 소비하지만 저축계좌에 있는 돈은 쉽게 소비하지 않는다.
심리회계라 불리는 이러한 현상은 편향에 의한 오류다.
같은 가치를 가진 돈이지만 어떤 꼬리표가 달려 있는가에 따라 소비심리가 다르다.
그래서 비싼 금리로 대출을 받고, 낮은 금리를 받고 예금을 한다.
싼 이자의 예금으로 비싼 금리의 대출을 갚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스운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우리의 소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십만원짜리 물건을 살 때 만원 더 저렴한 물건을 찾기 위해 열심히 쇼핑사이트를 뒤진다.
하지만 천만원짜리 물건을 살 때는 만원 더 싼 물건을 찾기 위해 쇼핑사이트를 뒤지지 않는다.
1만원의 가치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우리의 심리회계는 둘의 가치를 다르게 생각한다.
예전 우리 어머니 들은 생활비를 사용할 때 이 같은 심리를 이용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생활비를 지출 부분에 따라 각각 봉투를 준비해 따로 넣어 두었다. 식비, 전기세, 전화요금, 학원비 등등…
예전 어머니들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탈러의 심리회계 개념을 차용해서 예산을 관리한 것은 아니다. 어머니는 그녀의 어머니에게, 그 어머니는 또 그녀의 어머니에게서 전수받은 지혜였을 것이다. 오랜 시간 전해온 생활의 지혜였으니 효과가 분명할 것이다.
가정 뿐 아니라 국가나 기업도 예산을 각각 분야에 나눠서 책정한다.
단순하게 돈에 꼬리표만 달아도 쓰임새가 달라지는 것이다.
도박장에서도 비슷한 편향이 발견된다.
도박장에서 잃은 돈은 같은 가치를 지닌 돈보다 더 큰 상실감으로 나타나고, 만회 효과가 발동되어 점점 더 위험을 감수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반대로 도박장에서 딴 돈은 실제 돈으로 인식하지 않고 판돈으로 인식된다. 이것이 하우스 머니다. 하우스 머니는 같은 가치를 지닌 돈보다 더 위험을 감수한다. 앞서 말한 보너스와 마찬가지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도박장 뿐 아니라 투자시장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손실을 입은 투자자는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를 한다. (단기 투자의 문제가 여기서 발생한다. 거래횟수가 많으면 거래비용 탓에 지속적으로 원금이 줄어든다. 투자자는 줄어드는 원금을 만회하고자 더 큰 위험을 감수한다)
반대로 수익을 본 투자자는 실현손익 금액을 원금보다 고위험 자산에 더 쉽게 투자한다. 이점이 투자에서 치명적인 이유는 주식 시장이 투자자에게 유리한 이유는 복리수익 때문인데, 복리 수익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투자 방식이기 때문이다.
저금리의 진짜 문제는 이와 같은 심리계좌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저금리는 마치 공짜로 돈을 빌리는 것 같은 심리적 효과를 준다. 같은 돈이라 해도 저금리로 빌린 돈은 보너스를 받은 것 같이 느껴져 소비하는데 죄책감이 없다. 게다가 지금이 아니면 이런 기회가 없을 거라는 심리까지 더해져 더 과감한 소비로 이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소비할 때는 저금리지만 돈을 갚아야 할 시점에는 고금리가 된다.
이런 편향은 소비습관에 악영향을 끼치고, 자산관리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자 이제 우리도 어머니들의 지혜를 계좌에 활용해 볼 수 있다.
투자에서 계좌를 용도에 따라 나누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방법이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소비계좌도 용도별로 나누어서 미리 예산을 책정하고, 해당 용도는 예산을 넘어서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소비 성향을 먼저 파악해서, 쇼핑에 돈을 많이 지출한다면 쇼핑계좌를 따로 만들어서 예산을 따로 책정하고, 예산 안에서는 쇼핑하도록 한다. 음식 배달비가 많다면 배달 계좌를 따로 만든다.
단순한 방법만으로 소비습관에 영향을 주고, 자산을 관리하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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